
말장난 한 번 해보자.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아무것도 하지 마라’라는 명제는 언어, 논리, 실존적으로 자기 반박적 모순을 지닌다.
수행적인 모순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지시를 따르려면 의식적으로 모든 행동을 멈추고 참아내는 노력을 해야 한다.
지시를 온전히 이행하기 위해 무언가를 ‘하는’ 순간, 이미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규칙을 어기게 된다. 반대로 이 명령을 무시하고 뭔가를 해도 지시를 어기는 것이 되므로, 어떤 선택을 하든 모순에 빠진다.
실존적 선택의 모순
사르트르가 실존주의를 설명하면서 그랬듯 “선택하지 않는 것 또한 선택”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음’을 유지하는 것은 수많은 선택지 중에서 ‘무행동’이라는 상태를 적극적으로 채택한 결정이다. 따라서 주체가 의식을 가진 채 머무르는 한 이미 ‘행위자’로서 기능하고 있는 셈이다.
생물학적 불가능성
우리는 살아 있는 한 숨을 쉬고, 심장을 뛰게 하며, 감각과 뇌의 신경 신호를 끊임없이 주고 받는다.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라고 다짐하는 순간 이미 ‘생각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듯이, 주체가 살아있는 한 절대적인 ‘무(無)의 상태’는 물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마라”는 문장은 언어적으로는 완성될 수 있어도, 이를 받아 실행할 주체의 입장에서는 결코 완전히 이행될 수 없는 구조적 역설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함부로 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명령하지 말자.
우리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가 없지 않은 존재가 아니니까.
